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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기능 이상, 항진증과 저하증 바로 알기

kocinemoney 2026. 10. 20. 11:23

목차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 알아보는 갑상선 질환 이야기

     

    요즘 응급실에서 갑상선 질환과 관련된 환자분들을 부쩍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한국인에게 유독 많이 발생한다는 질환이라는 점을 실제 체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응급실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의 핵심 증상과 관리법을 쉽게 풀어드리려 합니다.

     

    40대 여성 한 분이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밥맛이 없어 식사량이 줄었고,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특별히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체중이 8kg 가까이 빠졌다고 하셨습니다. 이날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서 오셨는데, 맥박을 재어 보니 분당 140회를 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눈이 앞으로 튀어나온 듯했고 목 앞쪽도 부어 있었습니다. 본인은 "그냥 스트레스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셨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는 갑상선기능항진증, 그중에서도 그레이브스병이었습니다.

     

    60대 여성 한 분이 가족 손에 이끌려 오셨습니다. 몇 달 사이 체중이 늘었고, 온몸이 붓고, 기운이 없어 누워만 계셨습니다. 말씀이 느리고 피부는 건조하며 손발이 차가웠습니다. 가족들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하셨지만, 혈액검사에서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매우 낮게 나왔고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두 분은 증상이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바로 갑상선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단순한 피로", "나이 탓",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며 병원 방문을 미루셨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갑상선 질환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다른 질환과 비슷해 보여서 놓치기 쉽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오기 전에 미리 발견할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병입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Vs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항진증: 몸이 빨리 달리려는 병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작은 장기로,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만듭니다. 이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몸 전체의 대사가 과열되는데, 이를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면역 체계가 갑상선을 자극하는 항체를 만들어 내는 그레이브스병으로, 20~50대 여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근거림과 빠른 맥박, 손 떨림, 더위를 참기 어렵고 땀이 많이 나는 것, 체중 감소, 불안감과 불면, 설사에 가까운 잦은 배변입니다. 흔히 항진증이면 식욕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먹는 양이 줄거나 입맛이 없다고 호소하는 분도 적지 않고, 특히 고령자에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는 형태로만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레이브스병에서는 눈이 튀어나오거나 시야가 불편해지는 갑상선 안병증, 목이 부어오르는 갑상선종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방치했을 때의 합병증입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이 생길 수 있고, 장기간 지속되면 심부전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커집니다. 드물지만 감염이나 수술, 심한 스트레스가 겹치면 고열과 의식 저하를 동반하는 갑상선 중독 위기가 올 수 있는데,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입니다. 위의 40대 환자분도 오래 방치한 탓에 심장 부담이 커진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셨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몸이 서서히 느려지는 병

     

    반대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지면 몸의 모든 기능이 느려집니다. 이것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만성 갑상선염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그 밖에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 후, 일부 약물 복용, 요오드 부족 등도 원인이 됩니다. 여성에게 더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빈도가 높아집니다.


    증상은 아주 서서히 나타나서 본인도 모르게 지나가기 쉽습니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늘고, 얼굴과 손발, 온몸이 붓고, 쉽게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며,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변비가 생깁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감을 느끼기도 해서 우울증이나 치매로 오해받는 일도 있습니다. 목소리가 쉬거나 맥박이 느려지는 것도 단서입니다.


    심하게 진행되면 점액부종 혼수라는 위험한 상태가 올 수 있습니다. 저체온, 극심한 무기력, 의식 저하가 나타나며 특히 추운 겨울철에 고령 환자에서 감염이나 약 중단을 계기로 생기기 쉽습니다. 응급실에서 만난 60대 환자분도 이 위험한 단계 직전이었습니다. 다만 저하증은 부족한 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면 대부분 정상에 가깝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나이 탓"이라고 넘기지 않고 병원에 모셔 온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갑상선기능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일상에서의 관리

     

    갑상선 질환은 간단한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유리 티록신(Free T4)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항체 검사, 갑상선 초음파, 방사성요오드 섭취 검사 등을 추가합니다. 항진증이면 TSH가 낮고 호르몬이 높으며, 저하증이면 TSH가 높고 호르몬이 낮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검사는 어렵지 않으니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치료는 질환에 따라 다릅니다. 항진증은 항갑상선제 복용이 기본이며 보통 1년 반에서 2년가량 꾸준히 치료합니다. 재발하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방사성요오드 치료나 수술을 고려합니다. 저하증은 합성 갑상선호르몬제(레보티록신)를 복용하는데, 아침 공복에 물과 함께 먹고 30분에서 1시간 뒤에 식사하는 것이 흡수에 좋습니다. 칼슘제나 철분제는 시간 간격을 두고 드셔야 합니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안 되고,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2~3주 이상 이어진다면 가까운 내과나 내분비내과를 방문해 보세요. 이유 없는 체중 변화, 지속적인 두근거림이나 무기력, 눈이나 목의 변화, 심한 부기와 추위 민감성 등입니다. 특히 가족 중에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미리 검진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갑상선 질환은 일찍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는 병입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이자 치료의 시작입니다.